[STORY]환경을 디자인하는 '스튜디오 오드씬'

202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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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ddp에서 열린 디자인페어에서 눈에 오래 들어온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바로 찻잎으로 만들어진 기와인데요. 다이브인에서 매주 차를 마시는 행사가 많아 쓰고남은 찻잎을 버리기 바빴는데.. 이런 찻잎이 기와로 만들어져 쓰임을 다시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하니 한데 얻어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그야말로 환경을 디자인한 셈인데요. 이 놀라운 작업을 펼쳐낸 기획자이자 디자이너 스튜디오 오드씬 문준영님과의 인터뷰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스튜디오 오드씬의 문준영이라고 합니다. 




지금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그리고 일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복합적으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는데요. 산업디자인을 졸업하고 가구부터 사진, 그래픽 디자인 같은 비주얼 작업 그리고 최근에는 업사이클 프로젝트 팀 ‘플라스틱 베이커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재밌고 의미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지인들이 업사이클 디자인 프로젝트 팀인 ‘플라스틱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기존의 업사이클 디자인은 ‘나는 이만큼 환경을 생각하고, 환경을 생각하면 우리 제품에 관심 가져주세요.’라는 이미지가 있었다면 이 팀은 무겁지 않은 캐주얼한 느낌이었어요. 베이커리라는 특이한 컨셉도 그랬지만 환경을 무작정 내세우지 않고 귀여운 오브제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환경을 생각해 보는 접근법이 좋았거든요. 그래서 저도 즐겁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2021 ddp에서 열린 디자인 페어에서 본 작업물에 감탄했습니다. 실제로 기와로 쓰일 수 있는 것인가요? 그리고 기와말고도 다른 형태로도 쓰임을 만들 수 있나요? 

기와는 사실 단순한 메타포에 지나지 않습니다. 고온에서 구워내는 기와를 실제로 대체하기보단 일상용으로 풀어냈어요. 기와는 트레이로도 사용 가능하고 기와를 쌓아 가구의 형태로 사용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몰드로 찍어내는 제작과정이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몰드만 있으면 원하는 형태로 제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트레이, 코스터, 인센스 홀더 등등 몰드만 있으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아웃풋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럼 실제로 일상에서 사용 가능한가요?

과도한 충격이나 뜨거운 열이 가해지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사용가능한 단계입니다.



찻잎은 어떻게 모으시게 되셨는지요? 작업 과정에서 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 같아요.

찻잎은 매칭팀이었던 프랭클리 디자인 스튜디오의 박형호 디자이너분의 지인이 실제로 차와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는데, 물건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상품성이 좋지 않은 찻잎들이 섞여있어 솎아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버려지는 찻잎들을 저희가 모아오게 되었습니다. 작업과정에서는 일단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는 재료와 방법 같은 것들의 정보가 많지 않다 보니 적은 정보들을 가지고 만들어내야 하는 것의 부담감도 있었고, 실제로 똑같은 레시피로 만들어도 찻잎의 종류마다 모두 다른 결과물이 나와 찻잎 별로 계량을 다르게 하거나 작업과정을 조절하거나 해야 하는 점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정보가 없다 보니 이런 것들을 직접 모두 해보면서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지치는 일 중 하나였습니다. 



왜 찻잎을 재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시게 되었나요? 그리고 발상을 실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겪으셨던 경험과 생각을 들려주세요.  

기존에 업사이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단순히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보다 좀 더 다양한 방향성을 찾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바이오 플라스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인간이 버리는 수많은 것들 중 단지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것들도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찻잎 또한 그 중 하나였고,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들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현재까지도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한 정보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개발단계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했어요. 여러 방법과 재료들을 실험해보고 현재 저희가 만든 단계까지 왔습니다만 아직 분명 플라스틱을 대체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욱 공부 중입니다. 왜 아직까지 플라스틱을 대체할 만한 것들이 나오지 않았는지 생각해보면서 더욱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와이에 거주하신다고 하셨는데, 그곳에서 어떤 삶을 보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하와이에서의 삶은 사실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더욱 그렇구요. 단지 코로나 전과 후가 다른 것이 있다면 크게 오른 물가와 집세 등이 있습니다만 너무 현실적인 말들이네요. 하와이에서는 디자인도 하면서 바리스타로서 꽤 일했었습니다. 커피를 좋아해서 자격증을 땄었거든요. 코로나 이후로 가게들이 문을 닫으면서 그 기간동안 한국에 돌아와 디자인페어를 준비했던 거구요. 다시 하와이에 온 지금은 디자인 외주 작업도 하면서 좋아하는 바다도 다녀오고 조금은 여유롭게 일상을 지내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 얼마나 더 머물게 될지는 사실 모르겠어요. 거주지에 대해 꽤 고민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 새롭게 준비하시는 작업이 있을까요?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처음으로는 기와를 좀 더 발전시켜보고 싶은 생각입니다. 스택킹(Stacking)을 통한 쓰임의 변화라던지, 찻잎 조합의 다양성 등을 실험해보고 싶구요. 그 다음으로는 외주 작업도 열심히 하고 싶고 사진 작업도 좀 더 집중해서 해보고 싶은 생각이에요. 지나쳐가는 일상과 풍경이 아쉬워서 담기 시작했던 사진이 페이를 받고 촬영을 하기도 하면서 한 번쯤 제 생각을 담은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작업의 기초를 다지는 작업을 시작하고 싶어요. 



어디에서 혹은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아이디어나 영감을 받으시나요?

제가 감각으로 느끼는 모든 것들이 제 작업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서 감각을 사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영감이라는 건 영감을 받을 준비를 해놓아야 하는 것 같아요. 좋은 것을 보고, 느끼고, 듣고. 스쳐 지나가는 영감을 알아챌 감각의 준비를 미리 해놓는 거죠. 영감이라는 게 갑자기 떠오를 수도 있지만 그것을 예민하게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 질문 외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저는 ‘그래서 너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야?’라는 질문을 종종 받아요. 남들이 보기에는 이것저것 다 하는데 뭔가 딱 하나를 집중해서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 테니까요. 저도 사실 저를 소개할 때 가끔 뭔가 애매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평소에도 그런 고민을 하구요. 그렇지만 저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실천보다 생각이 항상 많아서 언제나 고민하는 사람이고요. 그래서 가끔 이렇게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 제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지는 않았다는 최소한의 용기를 얻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