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실로 작품을 그리다. 아티스트 '최자영'

2021-08-10
조회수 2068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위빙 작업을 하는 최자영 입니다.




위빙(weaving)이 무엇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 부탁드려요!

네, 직녀라고 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견우와 직녀의 직녀예요. 위빙은 직기를 사용해서 실을 짜는 작업이거든요.



그렇다면 타피스트리는 또 무엇일까요? 조금 더 설명 부탁드려요.

우리 주변에 굉장히 많아요.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어요. 벽에 실로 짜여져 있는 장식 이라던가 물론 벽을 따뜻하게 해주는 느낌도 있고요. 보통은 타피스트리 작업을 하셨던 분들이 그림을 그리듯이 실을 짜셨어요. 실로 밑그림을 두고 그림의 효과를 실로 짜서 만드는 거예요.


(다이브인 이너스페이스에서 진행된 최자영 작가의 타피스트리 클래스)


아무래도 쇼파 같은 직물과 다르게 타피트스리는 사람 손으로 짜다 보니 더 섬세하고 손맛이 있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작업. 저는 타피스트리보다 위빙을 더 오래했지만, 타피스트리 작업이 위빙과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그렇다보니 위빙과 타피스트리의 경계에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죠.


제가 직접 작업을 하면서 쉽게 가르칠 방법을 찾다 보니 어느 순간 위빙처럼 타피스트리를 해도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거예요. 기존에 있는 타피스트리처럼 해도 되지 않겠구나. 그래서 요즘은 더 새로운 것을 찾아보는 과정에 있어요. 최근에는 원으로 된 타피스트리가 재미있어서 그쪽 작업에 빠져 있어요.


조금 더 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말씀드리면, 위빙과 타피스트리는 경사와 위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같아요. 그런데 위빙은 조금 더 쉽게 큰 사이즈로 작업 할 수 있다면, 타피스트리는 작은 사이즈를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다이브인 이너스페이스에서 진행된 최자영 작가의 타피스트리 클래스)


위빙은 직기에 실을 거는 작업이 또 들어가거든요. 그 작업에 따라서 패턴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위빙은 패턴을 만드는게 쉽지요. 상업용으로 샤넬같은 명품 브랜드에 들어가는 위빙 작업이 많아요. 대표적으로 샤넬의 트위드 자켓 같은 경우가 위빙 작업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예요. 타피스트리보다 대량화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위빙이죠.


타피스트리는 손으로 하는 작업이다보니, 다량으로 만들기는 어려워요. 다만 취미로 하기에 심플하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입니다. 타피스트리는 그림을 그리는 효과로 재미가 있구요. 위빙은 패턴을 만들기 좋아요. 저도 직기 작업을 하고 있지만 가지고 다니면서 수업을 할 수 없으니까, 그런 점에서 타피스트리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어요.


(다이브인 스트릿갤러리에서 진행된 최자영 작가의 전시, 2020)



섬유 전공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계기로 전공을 선택하셨어요?

미술을 오래했어요. 그러다 보니 대학 진학을 회화과를 가고 싶었어요. 입시를 치르기 전에 디자인 전공 안에서 회화적인 느낌이 많은 섬유가 가장 맘에 들었어요. 섬유 전공하겠다고 생각했던 건 고 3때 였어요. 입시 학원에서 미술 디자인 학원 선생님께서 다 섬유 전공이기도 하셨구요.  


고3 때 컬러링 하는 느낌이 참 좋았어요. 그때 다 포스터 컬러 물감으로 칠을 했지만, 섬유 전공했던 선생님이 풀어내는 색감이 참 좋았어요. 그래서 디자인 전공을 할거면 섬유 전공을 해야겠다라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리고 섬유 관련 전공 수업을 1학년때부터 다 듣기 시작했습니다.


(다이브인 스트릿갤러리에서 진행된 최자영 작가의 전시, 2020)


패턴 디자인, 조형 작업, 천연 염색, 실크스크린, 펠트, 한지, 섬유 등 전공 수업에서 배울 수 있는 장르가 굉장히 다양해요. 섬유 전공 수업은 학점 외에도 다 들었구요. 학부 3학년부터 위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실을 직접 염색해서 작업을 했던 것을 조끼를 만든다거나 다른 결과물로 만드는게 참 재밌는거예요. 실을 동대문에도 없는 나만의 컬러로 염색하고 또 실을 직접 만들어요. 물레를 돌려서 염색 안된 실을 염색을 해서 원하는 컬러를 뽑아내는 것이죠. 천연 염색된 실은 별로 없거든요. 그리고 천연으로 염색도 하고 실을 직접 만들어서 작업을 하는게 너무 재밌었어요. 이후 대학원 진학해서는 위빙 작업을 위주로 했어요.



좋아하는 색이나, 작가님만의 작업 스타일은 어떤 것 같아요?

저는 전체적으로 그린 색의 컬러를 많이 썼어요. 숲이나 나무 꽃 풀잎을 좋아하는데요. 더 자세하게는 나뭇잎의 잎맥을 좋아해요. 그래서 그런 것을 작업에 녹여내는 것을 주로 했어요. 하다 보면 다 그런 쪽으로 주제가 흘러가서 비슷한 느낌의 작업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러다 엄마가 되면서 작업이 굉장히 푸근하고 평온하게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지금은 작업이 어떻게 나오는지 봐야 될 것 같은데요. 요즘에는 자주 쓰는 컬러가 바뀌는 과정에 있어요. 어떻게 보면 2년 정도 공백이 있고 또 다시 작업을 하면서 그게 제 인생 안에서 작업이 녹아드는 것이잖아요. 아무래도 20살 때 30살 때 다르고, 이제 40살에 접어든 작업이 다를 수 밖에 없을 거예요. 변화의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기대되어요. 40살의 작업이 되게 다른 느낌일 것 같아서요.


그리고 컴퓨터 직기를 오래 쓰다 보니까 액자 사이즈 정도의 작업을 많이 했었어요. 그 안에서 숲과 나무를 나타내고 싶었구요. 어릴 때는 큰 조형 작업을 많이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가방이나 소품을 강의를 하면서 많이 만들었어요. 학생들에게 보여줘야 했거든요. 제가 학생 때는 막연했거든요. 위빙으로 뭘 만들어야하지? 꼭 조형물이어야할까? 라고 생각했어요. 당시에 제가 배울 때는 작품 위주였어요. 그래서 학생들에게는 가방이나 파우치처럼 실용적인 형태에도 위빙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었어요.



힘들었던 순간들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네, 그럼요. 힘들게 직기의 경사를 걸어서 짰는데 끊어버리고 싶은 적도 있어요. 보통 걸면 5미터 이상 실을 걸거든요. 실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가요. 그런데 짜보지 않으면 느낌을 모르니까 그럴 때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것도 하나의 과정이니까.. 가끔 강의할 때는 위빙 작업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제가 학생들에게 수업 할 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짜지 못했던 것 같아요. 가르치는 입장이 되고 나니까 더 어렵다고 느껴졌어요.



그러다가 강의를 하다가 좀 멈추고 다른 일을 하면서 위빙을 할 때는 또 잘되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남의 시선을 신경을 안쓰니까 더 잘되는 것 같아요. 미술 전공은 평가가 어려워요. 교수의 주관적 평가가 들어갈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성실함이나 노력이 점수에 많이 들어가다보니 제 작업을 할 때 그런 점에서 고민이 더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주로 어디에서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얻으세요?

보통 저는 티칭을 할 때 아이들에게 원하는 이미지가 있으면 직접 찍으라고 가르치거든요. 저는 주로 남편 사진을 가져다 써요. 그걸 통해서 영감을 받아서 작업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앞으로 어떤 삶을 엮고 싶으세요?

저희 가족들이 함께 타피스트리를 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었어요. 아이들이 크고 남편도 함께 같이 집에서 작업을 하는 시간이 늘어나는게 작업을 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 전엔 모두 다 없을 때 저 혼자 하는 것이 었어요. 언제나 제가 꺼내 들어도 괜찮은 시간 들이라서 가족과 같이하는 시간이 점점 재밌어져요.


최근에 저희 아이들이 타피스트리를 하는 걸 보고 주변 엄마들이 친구들이랑 같이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을 주시는 거예요. 이런 것들도 참 재미있구요. 그리고 아이들이 무심코 하는 작업들이 굉장히 놀라워요. 어른의 눈으로 생각하지 못한 표현이 나오거든요. 아이들이 바라보는 색감으로 타피스트리를 짜거든요. 그러면 제가 아이들에게 굉장히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줄려고 노력해요. 사실 이전에 강의할 때는 그런 노력이 필요 없었거든요. 그런점에서 요즘 저는 이전보다 훨씬 친절해진것 같아요.  



엄마가 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을 대할 때 조금 더 따뜻하게 얘기해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럴 땐 스스로가 더 많이 컸구나 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때 가르쳤던 제자들이랑 지금도 연락을 하거든요. 그렇다보니 예전과 비교해 작업을 하고 가르치는 과정에서 제가 달라지는 걸 느껴요. 그리고 앞으로의 더 달라질 제 모습도 기대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