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지속 가능한 공간을 고민하는 스페이스 디자이너 '정혜경'

202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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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부탁 드려요.

안녕하세요. 스페이스 디자이너이자 스튜디오 90도 대표 정혜경 입니다.



건축을 전공하셨다고요? 어떤 계기로 전공을 결심하셨나요?

처음에는 디자인적인 것보다 공학적인 측면에 관심이 생겨서 지원하게 되었는데요. 그 계기가 중국에서 스촨성 지진이 일어났을 때 뉴스를 보고 안전한 건물을 짓고 싶다는 목표가 생겨서 관련된 과를 찾다가 건축과를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어릴 때 티비에서 봤던 러브하우스 같은 프로그램의 영향도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집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그리고 점점 공간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매력이 좋아서 안전하면서도 디자인이 가미된 일을 할 수 있는 건축과에 지원하게 되었어요.

 

 

학교 생활은 어땠어요?

대학교 1학년 때가 가장 재미있었어요. 기억에 남는 과제 중 하나가 만개의 선을 그려야했어요. 내가 쓰고 싶은 펜, 색깔, 간격 등 상관없이 무조건  만 개를 그리는 작업이었어요. 자기 스타일이 그대로 녹여들여가는 작업이었어서 친구들이 그려온 선을 비교해보니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 과제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 건 어떤 이유 때문이예요?

건축을 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 펜으로 작업하는 것인데요, 각자의 스타일을 찾고 표현하는 방법을 연습하는 기본 단계였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선에 담긴 의미를 배우는 과제 였던 것 같아요. 도면 그리는 것도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을 표현하는 것인데 그것의 토대가 바로 선이거든요. 선 하나를 그리면서 의미와 목적을 담기 때문이죠. 1차원적인 평면에 3차원적인 공간을 그려내야 하는데 선으로 인해서 평면에 입체감이 살아나거든요. 그래서 건축의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선' 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선을 그리는 작업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어떤 길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움직였나요?

대학 졸업 전부터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요. 뭔가 모형을 만들고 3D화 하는 것을 좋아해서 모형 회사에 입사하고 싶었어요. 국내에서 가장 큰 모형 제작 회사에 메일을 보냈는데. 그 모형 회사에 다니는 분께서 직접 답변을 해주셨어요. 그리고 그 답변을 보면서 모형 회사에 다니게 되면 얻게 될 것과 잃을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건축 일을 하면 자연스럽게 모형을 만들 수 있으니 모형 회사에 취직해야겠다는 생각을 좀 바꾸게 되었지요. 시간이 좀 지나서 공간이나 건축 관련 매거진 회사로 관심을 가졌는데요. 진짜 취업을 생각해보니 꽤 진지해지더라고요. 결국은 내가 좋아하는 모형과 매거진(나만의 페이퍼)을 총 망라하는 작업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그 답으로 '설계 디자인'이라고 생각했어요.


 


졸업 후 소규모 건축 사무소에 입사를 했어요. 주택 위주로 설계를 많이 하는 회사였고 주로 목조로 사용하는 곳이었어요. 대학 다닐 때 일본과 한국의 목구조 회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기회가 닿았던 것이죠. 그 회사에서 4년 정도 일을 했어요. 전국으로 주택 설계를 했었죠.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첫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데요. 실제로 사람이 사는 집을 처음으로 설계하는 것이었는데요. 공사하는 동안 이 집이 안전해야하는데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하나 하는 마음으로 잠을 못 잤죠. (하핫) 잠은 못 잤는데 현장이라는 것을 실제로 경험해보니까 너무 재밌는거예요. 현장에서 기초 다지는 것부터 마감까지 전체 단계를 눈으로 보니까 그것 만으로도 신기했죠. 실제로 내 눈앞에서 건물을 지어지고 3-4개월 만에 건물이 완성이 되니까요. 실제 건물 사이즈의 모형이 생긴 것 같았어요. 과정은 힘들지만 마지막에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과 클라언트가 만족하는 것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건가 생각했고요. 이건 지금까지 똑같아요.

 

 


전환의 계기가 필요한 시점은 언제인가요?

4년 간 한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니 뭔가 새로운 스타일을 찾게 되고, 그걸 구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회사를 찾기 시작했어요. 그때 고민이 있었어요. 주택은 한번 짓고 나면 클라이언트들이 공간을 관리하고 거주를 하니까 공간이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항상 사람이 사는 공간인데요. 당시에 길을 걷다가 임대 딱지가 붙어진 건물을 많이 봤어요. 뭔가 버려졌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공간이 지속적으로 사용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이 들었어요.

 

그래서 2번째 회사를 들어가서 공간에 콘텐츠를 채우는 것에 있어서 (브랜드가 입점을 하거나 등) 뭔가 배우고 싶었는데요. 그때부터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러다 마침 2019년에 다이브인이 생겼고 다이브인을 통해서 콘텐츠에 대해서 많이 배우게 되었어요.


 


구체적으로는 올해 초 다이브인을 통해 제주 공간 프로젝트를 전담하게 되었죠. 디자인과 콘텐츠를 경험해볼 수 있는 첫 프로젝트였어요. 리테일이라는 것을 처음 경험하게 되었고 브랜드 담당자와 직접 미팅하고 그들의 생각을 공간에 담는 작업을 직접 해보게 되었어요.

 




어떤 것이 제일 재밌었나요?

주변에서 일반상업공간이라고 하면 누군가 들어오는게 정해져있는게 아니니까 커다란 공간을 심플하고, 기본적인 바탕만 설계를 해요. 그런데 리테일 공간은 브랜드의 운영 방식에 맞게 공간이 짜여지다보니 이런 것들이 제일 매력적이었어요. 나중을 생각해서 여지를 만드는 공간이 아니라 들어올 사람이나 브랜드를 고려해서 공간을 디자인하고 가구를 맞추는 일이 제겐 너무 재미있어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공간에 담으니까 주거랑 리테일은 다르지만 이런점에서 비슷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알고 있는 브랜드보다 더 그 브랜드를 알게 되니까 브랜드에 대한 색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재밌는걸 맛보셨군요.

그래서 생각하는 방향이 구체적으로 정해졌어요.

 

 

창업하고 바로 첫 프로젝트를 수주하셨다고요?

네, 정말 감사하게도 다이브인과 함께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롸버트 치킨 4호기 공간을 작업하게 되었어요. 롸버트 치킨은 로봇이 메인이 되어서 사람이 하는 일의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브랜드인데요. 로봇이 만들어내는 치킨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하고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컬러감을 전면에 내세워 인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줘야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어디서 아이디어나 영감을 받나요?

핀터레스트요.   개인적으로 이솝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해요. 여행을 가면 항상 여행지에 있는 이솝 매장은 필수 코스로 가요. 하나의 여행 코스 중에 하나 인 것 같아요. 어딜 가나 어느 나라나 똑같은 매장이 없고, 갈 때 마다 매번 새로워서 이솝이 가지는 색감 재료 구성에 대한 고민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있어요. “아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늘 하게 만드는 브랜드인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해보고 싶나요?

어떤 프로젝트가 될지 모르겠지만, 정말 생뚱맞을 수도 있는데요. 뭔가 과학을 실험하는 사람들이랑 패션, 아트 관련 된 분들이랑 공간을 디자인을 해보고 싶어요. 주제가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왜요?

예상이 되지 않아서요.